비즈니스 조직이 활동하는 곳은 다양하게 표현된다. 외부인의 관점에서는 업계, 판, 바닥, 시장 정도로 부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참가하는 조직 입장에서 그곳은 진짜 선수들만 모이는 경기장(Playground)이고, 사방이 모두 적인 전장(Battleground)이며, 한순간의 실수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 투기장 (Arena)다.
경기장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날뛴다. 빵빵한 자본을 믿는 놈, 정말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온 놈, 아니면 애초에 속임수를 목적으로 한 놈 등 온갖 빌런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이제 막 이 경기장에 참가한, 혹은 아직 이 경기장을 잘 모르는 조직은 '내가 더 좋아 보이는데?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의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경기장은 살벌한 곳이다. 선수들은 저마다의 강력한 생존 무기 하나씩을 감추고 있다. 그러니 계속해서 움직이고, 눈치를 살펴야 한다.
'우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 그리고 지금 아주 잘하고 있지. 이대로만 가면 돼'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 경기장의 요소들은 끊임없이 바뀐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남들보다 뒤처지겠다는 뜻이다. 배틀로얄 게임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총알에 맞든, 자기장에 치이든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비즈니스 조직이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 아니, 변화해야만 한다. '현상만 잘 유지하겠다'는 해결책 중의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다거나, 편안함에 머물러 있는 것은 위험하다. 항상 늘 불안해야 하고, 긴장해야 하고, 불편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나간 시간과 지식, 소위 '라떼는 말이야'식의 접근은 변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경기장에 뛰어든 조직은 비즈니스 경기장의 안팎을 잘 파악해야 한다. 내가 마주하게 될 선수들(경쟁업체)은 누군지, 그리고 관중들(소비자)은 어떤 것을 원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조직에서 함께 뛸 우리편(미래의 동료)은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끊임 없이 바뀌는 요소'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비즈니스 경기장에는 덩치도 크고 세 보이고 어딘지 잘나가 보이는 악당들도 조심해야겠지만, 기존의 체제와 다른 방식을 추구하는 신인을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며, 로켓을 타거나 유니콘을 타고 등장한다.
이들은 한순간의 불꽃처럼 짧게 타오르다가 사그라질 때도 있지만, 한번 제대로 분위기를 타버리면 경기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떡상'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어쨌든 갑자기 튀어나온 이 '게임체인저'들은 기존의 갖춰진 틀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로 치자면, 자신들이 직접 홍보도 하고, 판매도 하고, 유통망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는 셈이다. '뭐야. 저거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하는 순간은 이미 늦었다. 그만큼 이 비즈니스 경기장의 선수들은 재빠르고, 영악하다.
'그럼 돈은 어디서 나오나요? 땅 파서 장사하나요?'는 과거를 묻는 말이다. 경기장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러 온, 취향에 맞는 선수를 찾으러 온,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쓰러 온 관중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만 맞는다면 과감하게 투자하고 지원한다. 얼리 엑세스, 크라우드 펀딩, 후원, 구독 같은 형태로 말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착한 관중들은 작정하고 속이는 사기꾼들에게 당하기도 한다.)
관중들이 돈을 쓰고 지갑을 여는 것에는 관대해졌지만, 그만큼 선수들을 보는 눈도 높아졌고, 관점도 변했다. 이제 잘나가는 선수만 바라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비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관중은 선수들보다 더 영악하다. 이제 단순히 '옆집보다 싸게 드립니다.' 저 집보다 더 많이 드립니다'는 관중들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제 가격이나 공급의 양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에 더 초점이 맞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있는 척, 센 척' 하는 선수들을 걸러내는 안목을 갖추고 있기에, 선수들의 어설픈 '뻥카'도 통하지 않는다.
이런 관중의 눈높이에 맞춰 비즈니스 경기장의 선수들은 더 빠르게 관중들의 취향을 알아내야 하고, 어떤 가치를 가장 높게 여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요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눈치(피드백)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경기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경기장에는 니편, 내편, 니편이었다가 내편, 내편이었다가 니편, 온갖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목표를 위해 경쟁한다. '경쟁' '싸움' '전투'에 이기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도 '병법'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손자병법서'의 첫 번째 해쉬태그는 #지피지기 다. 남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직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겉으로는 잘 유지되는 것 같은 조직에도 '월급 루팡'은 숨어있을 수 있고,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한국 속담처럼 어떤 변화를 바라는 구성원이 있음에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은 변화를 극도로 꺼린다. '왜 나대서 일만 많아지고 복잡해지게 만들어'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그냥 하던 대로 하자' '제 일이 아닌데요' '저는 못 하겠어요' '사람이 더 필요해요' 등의 정체와 불만(장애물)은 변화의 시도를 가로막는다. 그래서 조직은 여기에 대응하고, 책임질 사람을 찾아 잘게 쪼갠다. '최고 뭐시기 책임자', 'CEO, CTO, CFO' 소위 'C땡O'의 타이틀은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이제 당연한 것처럼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C로 시작해서 O로 끝나는 이 자리는 결국 단순한 텍스트일 뿐이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실제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잘게 쪼개진 톱니바퀴(조직의 여러 부서)는 조직의 도전 과제와 장애물을 넘어설 맞물림(목표를 향한 책임과 행동)이 필요하다. 조직은 단순한 직책을 넘어, 조직의 목표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도전 과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관리자들은 그런 구조를 갖추기를 원한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나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정의하길 원한다. 그것은 어느 한 개인의 목표가 될 수도 있고, 팀의 과제가 될 수도 있고, 그리고 조직의 최종목표가 될 수도 있다.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은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상호의존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그 과정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재무 담당 업무를 하는 직원도 마케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인사 관리 담당도 재무 프로세스의 최적화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이렇게 유기적인 하나의 과정(진행 루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마치 농사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다.
씨앗을 사서, 땅에 심는다.
땅에 심은 식물을 잘 가꾼다.
잘 가꾼 수확물을 가져다가 시장에 판다.
판매해서 얻은 돈으로 더 많고 다양한 씨앗을 산다.
하나의 과정에는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농사는 모든 과정이 모두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과정과 순환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연계되어 목표를 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건 니꺼, 요건 내꺼'가 없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편이 뭘 원하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것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도전을 하길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콜레스테롤은 걸러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직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영혼을 희생하는 제라툴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
비즈니스의 기초이자 병법의 시작인 '적을 알고 나를 알면'을 하지 못하는 조직이 많다. 대부분 '적은 알겠는데, 나를 모르겠다'에 머물러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매번 조직의 변화를 위한 직원 교육이나 캠페인, 프로그램 같은 걸 시도하지만, 일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업무를 벗어나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업무'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동기부여를 끌어 낼 수 없다.
'국가 안보는 중요합니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훈련의 동기부여는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아니라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 '안 들키고 자는 것'이다. 조직의 노력도 딱 이 정도의 수준이다.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구성원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 '게이미피케이션'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무엇을 사용하면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를 통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은 단순한 수단, 도구 중의 하나에 머물러 있었다. 진정한 목적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이런 내용이 있다. 이렇게 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좋다'를 단순히 설명만 했을 뿐이지,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실체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었다.
'게이미피케이션 - 변화를 위한 최고의 엔진' 은 조직을 해부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단계별로 변화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경기장을 이루는 것들, 조직의 내부와 외부, 진행 루프, 성과, 플레이의 요소들을 정의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게임으로 치자면 각 스테이지의 경험치 획득과 레벨업의 방법이 담긴 완벽공략집인 셈이다.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조직을 위해 비장의 필살기 '게임스톰'도 준비했다.
수많은 악당. 수준 높은 관객. 어디로 튈지 모를 플레이이어. 이 복잡한 비즈니스 경기장의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이 이 책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