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4미터 높이에서 계란을 자유낙하 시켜도

깨지지 않는 구조물을 제작할 것

낙하 후 계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구조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제작에 소모된 시간과 비용으로 한다

오래전, 내가 다국적 기업의 마케팅 매니저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인데도 호주의 '브리스베인'으로 출장 명령을 받았다. 출장지에 도착해보니 그해 상반기에 입사한 여러 나라의 관리 직원들이 모여있었다. 출장의 목적은 신입 직원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깨지지 않는 계란 구조물 제작'은 2주간의 신입 연수 프로그램 중 마지막 날에 진행했던 과제다. 6명이 하나의 팀을 만들고 구조물을 만들기만 하면 됐다. '깨지지 않게'라는 조건은 간단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이었다. 계란을 '4미터'에서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아야 했다.

구조물 제작과정은 창의력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팀들보다 빨라야 했고, 구조물에 사용된 비용도 저렴해야 했다.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소품은 다양했다. 한 개에 100달러짜리 각목, 200달러짜리 톱, 20달러짜리 낚싯줄 등 재료들은 각각 값이 매겨져 있었다. 첫 1차 구매가 끝난 이후에는 50%의 비용이 추가됐다. 구매한 물건을 반품하는 경우에도 처음 가격의 50%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각 팀은 구조물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를 구상하고 비용을 산출했다. 이를 위해 팀원들은 CEO, 인사, 재무, R&D, 생산, 마케팅 등 업무를 분장했다. 당시에 내가 맡았던 역할은 마케팅 담당(CMO)이었다. 우리 팀이 완성한 구조물을 발표할 때, 상품성이 드러나도록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 이 구조물을 하나 만드는데도 수많은 의견이 오갔고, 의사결정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다. 


대학에서 있을 때, '깨지지 않는 계란 구조물'의 경험을 교양 과정 수업으로 개설했다.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것 보다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더 반영했다. 교과목 명칭은 '게임으로 배우는 설득과 협상'이다.

여러 학과의 학생들이 모이는 교양 수업인 만큼, 본 수업에 앞서 개인과 개인,  집단 대 집단 등의 다양한 게임(죄수의 딜레마, 침몰하는 배 탈출 등)을 먼저 진행했다. 수업의 목적이 '소통'에 있는 만큼, 비용이나 마케팅적인 요소보다는 상호 이해와 협력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팀별로 과제를 진행했지만, 개인별로 차등을 두기 위해 각자의 역할(예를 들어, 재무 담당은 비용 절감을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지, 마케팅 담당의 프리젠테이션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인지, CEO의  팀 관리 능력은 어땠는지, 생산 담당의 제조 운영은 어땠는지 역량 등) 평가를 달리했다. 불과 2주, 6시간의 짧은 수업이지만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의사소통, 리더십, 기업가 정신, 경영자 마인드 등의 팀빌딩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4차산업혁명 이후 메타버스 시대의 경쟁력은 '깨지지 않는 계란 구조물'과 비슷하다. 각자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이를 실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타인과 조직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활동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바뀌고 있지만,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신입사원들과 학생들의 사례처럼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인 활동과 커뮤니케이션 또한 필요하다. 앞으로의 게이미피케이션 작업은 영역과 장소를 불문하고 확장될 전망이다. 

김일철 하이터치 휴먼 랩 소장, 동의대학교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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