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게임(Strategy game)의 매력

게임 역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다양한 장르가 서로 섞이고, 새롭게 파생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의 장르를 구분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게임 장르의 한계는 이미 벗어났다. 이제 PC, 콘솔, 모바일,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플랫폼의 융합과 확장을 거치는 시기다. 게이머들도 예전처럼 장르적 특징이나 조건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재미'가 곧 그 게임의 고유 '장르'가 됐다.

장르와 플랫폼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파는 게임들도 있다. 10년 혹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리즈가 계속될 정도로 게이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장르. 바로 전략 시뮬레이션(Strategy game)이다. 

시스템 소프트의 대전략(System Soft 'Daisenryaku' series), 시드 마이어의 문명(Sid Meier's Civilization series),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Heroes of Might and Magic series, HoMM), 반다이 남코의 슈퍼로봇대전(BANDAI NAMCO Entertainment Inc. Super Robot Wars series) 코에이의 삼국지(KOEI TECMO GAMES CO., LTD.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series)등 대표적인 전략 시뮬레이션은 이제 개발사의 대표 타이틀이자 프렌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게임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변화하는 중에도 이 게임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변화가 아닌 전통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전략 시뮬레이션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드 마이어의 문명 5

밀고 당기기

연애 중인 연인끼리는 '밀당'이 중요하다고 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 이 장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밀당'의 고수들이기 때문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핵심은 주어진 상황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게이머가 생각하는 최고의 선택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게임은 '네가 과연 옳았을까?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할래?'를 끊임없이 묻는다.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 플레이어는 금방 지루함을 느낀다.

다음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특징 3가지이다.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조건일 뿐, 실제 게임에서는 이보다 더 복잡한 게임 메커니즘들이 얽혀있다.

 

1. 적게, 때로는 많게
전략 시뮬레이션은 게이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한다. 게이머는 한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불투명한 정보를 통해 플레이어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게임 초반에는 주변에 뭐가 있는지 어두운 안개로 가린다. 플레이어는 그 안개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압박감을 느낀다.

밀었으면 당긴다. 때로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제시하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그 정보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의미 없는 '거짓'이나 '쓸모없는' 것들을 섞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지?'라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 잘못된 선택을 하진 않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한다.

 

2. 최고의 선택은 의심에서 시작한다
전략 시뮬레이션은 플레이어를 '의심'과 '고민'에 빠지도록 밀어버린다. 플레이어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결과가 잘됐든 잘못됐든 선택을 통해 플레이어는 경험과 지식을 얻는다. 이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플레이에 더 능숙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얻는 피드백은 앞으로 하게 될 좋은 선택의 기반이 된다.

물론 선택에 따른 결과가 항상 옳고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래서 대부분 전략 시뮬레이션은 저장과 불러오기에 큰 제약이 없다. 전략이 실패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게이머가 정보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거나, 전체적인 맥락을 잘못 이해했거나, 혹은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부족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운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전략 시뮬레이션은 플레이어에게 긍정적인 경험 혹은 부정적인 경험을 계속하게 만든다.

 

3. 무조건 옳은 답은 없다
'체스'나 '바둑' 같은 고전 테이블 탑 게임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략 시뮬레이션은 스토리와 퀘스트를 담고 있다. 플레이어가 몇 번 실패한다고 해도, 전체적인 큰 흐름은 계속 진행된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묘미는 지금 당장은 최선의 선택인 것 같지만, 나중에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선택은 다시 바로잡을 수 있고, 좋은 선택도 언제든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장르가 오랫동안 게이머의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플레이어들은 최악의 선택을 극복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전략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길 원한다.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플레이어들은 더 큰 재미를 느낀다. 수많은 상황에서 실패를 경험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실패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 성공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실패의 싹이 트고 있을 수도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은 이렇게 플레이어를 정신없이 밀고 당긴다.


전략 시뮬레이션은 어디에나 있다

조직이나 팀이 마주하는 과제는 게임 퀘스트와 같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특징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보 수집과 분류, 일어날 수 있는 변수 예상, 대처방안 마련, 실패를 통한 지식 습득 등의 과정은 게임과 현실에서 모두 비슷하게 적용된다. 

바꿔 말하면 기업에서 일어나는 업무를 일종의 전략 시뮬레이션 관점, 게이미피케이션 관점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통해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팩토리', '매니지먼트', '타이쿤' 타이틀 게임을 '업무'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다. 이 게임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업무를 다양한 게임 메커니즘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업무에 필요한 '전략'적인 접근을 게임으로 전환하는 시도는 지금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고객을 응대하고 불만을 처리하는 방법, 경영 관리자들이 인력 분배 나 활용을 익히는 방법, 변화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변수를 미리 파악해보는 방법 등 실제 업무를 게임처럼 만드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긴급 상황 접수 요원이 되어서 도시의 사건과 사고에 대처하는 게임 '911 Ope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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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팀의 감독이 되어서 프로팀을 운영하는 게임 '팀파이트 매니저'
e스포츠팀의 감독이 되어서 프로팀을 운영하는 게임 '팀파이트 매니저'

전략 시뮬레이션은 주로 싱글 플레이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볼 수 있다. 조직의 '전략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서로 공유하면 혼자일 때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통의 목표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단순 '재미'나 '성과'에만 목적을 맞추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는 그 목적이 퀘스트나 스테이지 클리어가 될 수 있겠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의 목적은 역량 향상과 개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밀고, 당기고, 선택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능력 향상이 이뤄지는 '전략 시뮬레이션' 형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전략'은 일어날 일에 대비하는 것이고, 일어난 일의 결과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만큼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략을 정립하는 과정은 게임과 현실이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조직 전체의 구조와 역량 파악, 업무 숙달 과정은 단순한 목표 달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고 대비할 전략을 가진 조직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잘못된 선택도 다시 바로잡을 힘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가는 전략 시뮬레이션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알게 모르게 이러한 전략적인 장르적 특징을 경험해 봤을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

SmileSquare 이석재 프로듀서
SmileSquare 이석재 프로듀서

이석재 PD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NC SOFT에서 보드게임 분야의 기획팀장으로 재직했습니다. 2015년 NexonGT의 모바일 RPG '슈퍼판타지워(Super fantasy war)'를 기획했습니다. 2017년 Smilebuff의 CEO로 취임 후 다수의 게임개발을 총괄했습니다. 2022년부터 SmileSquare의 개발 프로듀서로 재직 중입니다.

이석재 PD는 포커, 마작 등 보드게임 전반을 기획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보드게임과 스크린 스포츠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위에 실린 글은 게임화저널의 의견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영국의 게이미피케이션 매체 'Ludogogy'에 영문으로 송출되었습니다.

원문: https://ludogogy.co.uk/the-push-and-pull-of-strategy-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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