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순간의 선택이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평소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걸어갔다가, 어미를 잃은 강아지를 발견해서 집에 데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은 이 글을 클릭하는 '선택'을 했다.

영화와 게임의 한 종류로써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라는 장르가 있다. 관객 혹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내용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는 독특한 장르다. 지금껏 감독이나 제작자가 '정해놓은 결말'을 따라가던 '객체'는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A: 계속해서 글을 읽는다.

B: 여기까지 읽고 창을 끈다.

선택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달라졌던 무한도전의 'Yes or No' 특집
선택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달라졌던 무한도전의 'Yes or No' 특집

사진 출처 : MBC 무한도전

A를 택한 당신은 이제 인터랙티브 무비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게 됐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서 결말이 달라진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된, 말하자면 '성공적으로 적용이 된 콘텐츠'는 많지 않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이하 밴더스내치)',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하 디비휴)' 등이 괜찮은 예시들이다.

밴더스내치는 게임처럼 멀티 엔딩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엔딩 크레딧이 존재하지 않는 결말도 있어서 관객들은 실제로 게임을 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때의 감각이 중요하다. 선택지를 마주한 관객은 제작자가 미리 준비한 하나의 결말을 전달받는 '객체'가 아닌, 스스로 다양한 결말을 향해 가는 여정에 일조하는 '주체'로의 도약에 이르게 된다.

영화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관객은 특정한 분기점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우리는 수락(ACCEPT)할지, 거절(REFUSE)할지 선택해야한다.
영화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관객은 특정한 분기점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우리는 수락(ACCEPT)할지, 거절(REFUSE)할지 선택해야한다.

사진 출처 : Atlantic

관객의 진화

인터랙티브 무비는 지금까지의 영화들과 분명히 다르고, 그러면서도 비슷한 궤도를 유지한다. 관객은 영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관여한다'라고 느낀다. 이런 새로움은 신선한 자극을 준다. 게다가 선택 하는 과정은 익숙하다. 지금껏 우리가 즐겨온 게임에서의 선택지와 비슷하다. 영화에 게임의 요소가 가미되는 순간이다.

밴더스내치의 러닝타임은 결말에 따라 40분부터 3시간까지 다양하다. 관객은 자신이 얻은 결말과 다른 결말을 보기 위해 영화를 다시 시청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영화의 선택지에 따른 각기 다른 결말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밴더스내치는 로튼 토마토 평점 88%대의 시청자 호평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엄청난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나름 괄목할 만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 밴더스내치의 선택지에 따른 분기점과 결말들
영화 밴더스내치의 선택지에 따른 분기점과 결말들

사진 출처 : 레딧(Reddit)

게임 디비휴는 '안드로이드'가 보편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서로 다른 주제를 갖는 3명의 안드로이드를 번갈아 플레이하게 되며, 수많은 선택지에 따른 다양한 결말을 얻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원하는 결말을 상상하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몰입한다.

디비휴는 밴더스내치의 단점으로 꼽히는 '다양한 엔딩의 부재'를 해결했다. 매력 있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해피 엔딩이나 배드 엔딩이라는 단순한 결말이 아닌, 분기점의 곁가지마다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배치했다. 

하지만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디비휴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안드로이드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안드로이드의 플레이를 제어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말하는 '안드로이드는 이미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게 가능한 지성체다.'라는 메시지에 대한 그럴듯한 근거를 수긍하기 힘들다.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주인공 중 하나인 '마커스'

사진 출처 : (https://www.quanticdream.com/en/detroit-become-human)

게이미피케이션이 끼어들 자리는?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관객은 해당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 것이라는 단서를 제공받고, 자연스럽게 이후를 추리하고 예측한다. 

관객의 사소한 선택이 영화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낯선 것을 탐험하는 Easy Fun과 이야기가 진행됨에 다라서 달라지는 감정의 동요로 인한 Serious Fun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원하는 결말을 '보상'이라고 칭하기는 애매하다. 제작자가 의도한 '진 엔딩'이나, 관객에게 '의미 있는'엔딩이더라도, 결국 모든 콘텐츠는 재미있고 몰입이 되어야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무비'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관객들은 인터랙티브함을 스토리와 연출의 탄탄함으로 기대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영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배우들을 모델링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연극이나 게임, 심지어 음악 같은 장르에서도 등장할 수 있지만, 결국은 눈에 보이는 것에 자신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현실에서 개인의 가치관이 모두 다르듯이, 인터랙티브 무비에서도 다양한 도덕적, 윤리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경우 스트리머와 다른 시청자와 함께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이런 '선택권'은 자연스럽게 몰입감을 자아낸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재밌게 하더라도, 엔딩을 떠먹여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재밌게 하더라도, 엔딩을 떠먹여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Syda Productions / Fotolia

인터랙티브 아트는 대중에게 그렇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어설프게 만든 콘텐츠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라는 평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VR, AR, MR, XR 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매체와 플랫폼도 진화한다. 플레이어는 더욱 콘텐츠와 가까워지게 됐다. 이제 웬만한 퀄리티로는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참고문헌

김혜빈, 안상원(2019), 「게이미피케이션 개념을 적용한 인터랙티브 영화 서사 연구 -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중심으로」,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제13권 제3호, 한국게임학회, 101-1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