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저는 이 종목을 사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 종목을 사지 않았습니다' 의 막강한 버프를 달고, '종목 토론방'을 기웃거릴 때가 있다. 게시판은 소문대로다. 주식을 제외한 온 우주의 삼라만상을 통달하신 위인들의 의견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예측, 평가, 비난, 너 한번 열 받아 봐라, 그냥 의미 없는 뻘글 등 '물린 자'와 '물린 자를 약 올리는 자'의 공방전 속에서 각자의 철학과 진리가 조용히 흐른다. 누군가는 경멸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고, 또 누군가는 원색적인 욕설을 무의미하게 반복하기도 한다. '저는 안 샀는데요'의 철저한 방관자인 나는 '그들의 고통이 바로 나의 기쁨'이다. 

'하한가'라는 열차는 지옥을 향해 매섭게 떨어진다 .'지옥행'에 탑승한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내리막 위에서도 무덤덤하다. 아수라장에서 인류애가 피어난다. '지금 터나요? 탈출하나요? 들어가나요?' 질문에 '지금이야말로 영혼매수' '야수의 심장' 같은 단어가 심어진 댓글이 달린다. 사실 질문의 의도와 답변의 신뢰는 중요하지 않다. 

좋지 않은 시장에도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의 이름은 '테마주'. 떨어지는 열차를 멈출 수 있는 그 단어, 그리고 열차를 로켓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단어. 2021년 겨울, 테마주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단어가 있다.

'메타버스' 다.

'메타버스라도 엮어서 떡상 가보자' 라는 글은 대부분의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근데 이게 뭔 연관이 있지?'라는 그런 논리적인 접근은 필요 없다. 일단 어떻게든 엮으면 탈출할 수 있다는 믿음뿐이다. '물린 자'들의 간절함이 '메타버스'에 서리고 있다.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닭고기'와 관련된 종목이다.

 

메타버스 좋나요?

 '이거 좋나요?' 같은 원초적인 질문의 답변에 메타버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이제는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는 뜻이다. 이것이 돈이 될 거란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이 전혀 뜬구름 잡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의 증거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메타버스란게 뭘까? 종토방에 있는 사람들은 왜 자신의 종목을 메타버스랑 엮으려고 하는 것일까? 메타버스 테마주는 진짜로 들어가도 되는 걸까? 이 수많은 사람 중에 '제페토'나 '로블록스'를 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적당히하세요
적당히하세요

'메타버스'에 희망을 심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아닌데?' 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의 유행과 트렌드를 억지로라도 따르지 않으려는 '반골'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다림에 응답하듯 매체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메타버스 그거는 헛소리다!'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나 같은 반골은 유명인이 한마디 해주기를 기다리다가, 이때를 틈타 거들고 나선다.

이런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런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수많은 사람이 메타버스가 가진 최고의 패, 최선의 결과만을 논한다. 그렇기에 반대로 '최악의 상황'과 온갖 '최악의 수'를 한번 쥐어 짜내볼까 한다. 

'스노우 크래쉬' '레디 플레이 원' '아바타' '디스토피아' 의 역사를 꺼내서 먼지를 털려는 게 아니다. '모든 기업이 메타버스에 헛된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정점은 '매트릭스'가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나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최정점은 영화 '매트릭스'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오큘러스'나 '바이브' 같은 물리적인 디바이스를 걸치지 않아도 되고, 플랫폼도 필요 없다. USB나 C타입 케이블 같은 걸 목의 뒤쪽에 꽂기만 하면 바로 가상세계로 '입장'한다. 핑, 딜레이, 노이즈, 렉 같은 동기화의 문제도 없다.

'매트릭스' 안에서는 뭐든 할 수 있다. 헬기의 사용법도 그냥 다운받으면 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로딩' 해버리면 된다. 그 안에서 느끼는 것은 거의 현실과 다름없다. 이 안에서 게임을 하든, 강의를 하든, 물건을 팔든, 홍보를 하든, 뭔가를 만들든 아무튼, 일단 다 때려 넣고 아무런 제약 없이 지지고 볶을 수 있다.

아주 높은 기술의 메타버스다.

물론, 지금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배터리가 된 디스토피아의 상황이 아니다. 모두 빨간약을 먹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접속하고 싶을 때 머리에 플러그를 꽂는다는 관점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물론, 지금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배터리가 된 디스토피아의 상황이 아니다. 모두 빨간약을 먹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접속하고 싶을 때 머리에 플러그를 꽂는다는 관점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사실 사람들은 이미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충분히 알고 있다. 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지금까지 '가상의 세계'를 다룬 명작들은 많다. '메타버스가 뭐 어떤 건데?'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경험한 적 있는 뜻이다.

'디스토피아'를 걷어낸 '매트릭스'. 이 상상이 메타버스의 모습이라면 이해가 간다. '야 그게 돼? 그러면 진짜 대박인데?' 같은 희망을 품는 이유를. 하지만 좀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그럼 지금까지 '메타버스' 비슷한 것들은 없었을까?

매트릭스의 영화가 나왔던 시기. 지금의 '메타버스'와 비슷한 '가상 세계'가 하나 등장한다. "현실을 벗어나 두 번째 삶을 살아보세요!" 를 내세운 게임. '세컨드라이프'다.

영화 '써로게이트' 역시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아바타가 활동하는 곳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 '써로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써로게이트' 역시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아바타가 활동하는 곳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 '써로게이트'의 한 장면)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세컨드 라이프' 메타버스의 할배뻘 정도된다. (게임 '세컨드라이프')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세컨드 라이프' 메타버스의 할배뻘 정도된다. (게임 '세컨드라이프')

 

이게 다 META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언급했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을 텐데, 왜 지금에 와서야 주목을 받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세컨드라이프'란 게임이 왜 망했는지 차근차근 돌이켜 보면서 찾아볼까 한다.

'세컨드라이프'가 나왔던 시기. 사람들은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를 가상세계에 집어넣고, 타인과 '뭔가를 한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짧게 압축하자면, '때깔도 별로고, 접근성도 안 좋고, 어찌어찌 들어갔는데 뭐 다 영어로 되었고, 맵은 넓은데 어떻게 하라는 거지? 주변을 돌아보면 헐벗고 요상한 짓을 하는'게 '세컨드라이프'였다. 

'세컨드라이프' 에서만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가상의 '아바타' 대신 차라리 현실의 '관계'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진짜 사람들의 얼굴이 담겨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이다. 

근데 '페이스북'이 'META'인지 뭐인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이 '세컨드라이프' 대신 선택한 것이 '페이스북'인데, 이제 '페이스북'은 '세컨드라이프'가 추구한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온 지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짜잔~
짜잔~

'코로나'도 한몫을 했다.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가상세계 별로던데' 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세컨드라이프'의 실패 원인을 조금씩 다듬은 세컨드라이프 비스무리한, 세컨드라이프 리마스터, 세컨드라이프 리포지드같은 것을 접해봤더니 '이제는 제법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밖에 나가려고 준비하고, 마스크 써가면서 힘들게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그냥 서로 집에서 아바타로 소통하고 노는 것도 나쁘진 않네. 아 이게 메타버슨가 그거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여기에 희망을 담은 사람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궁금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많은 기업이 '해보니까 괜찮네. 이거 좀 다듬어서 우리 걸로 만들면 잘 되겠는데?'라는 멋진 미래를 꿈꾸고 있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이제는 '써드라이프' '포스라이프'를 향하는 시대가 되었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기업은 이에 맞춰 찬란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런 희망이 합쳐져 다가올 시대를 대변해 줄 멋진 단어 '메타버스'가 뿅 하고 튀어나온 것이다.


 

메타버스와 게이미피케이션은 '깐부'

로블록스/ 제페토
로블록스/ 제페토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플랫폼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하필 게임이 가장 유명할까?

메타버스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이 게임과 묶이는 이유는 '게임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어떤 것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어 이거 뭐지? 재밌네'라는 감정을 간지럽힐 즐거움과 호기심이 담겨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게임'이다.

이미 교육, 훈련, 채용, 공연, 홍보 등이 다양한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참여를 유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등 단순 '휘발성 재미'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영역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그러니 메타버스와 '게이피케이션'은 '네오'와 '트리티니'처럼 운명과도 같은 존재다. 메타버스와 함께 노는 친구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친한 '깐부'는 '게이미피케이션'이다.

메타버스에서 게임을 만들고, 가지고 노는 건 10대들이다. 젊은 친구들의 놀이터는 계속 바뀐다. 동네의 뒷골목부터 오락실, 롤러장, PC방, 플스방, VR 카페, 레이싱방, 방 탈출 카페, 보드게임 카페 등 다양하다. 그러다가 이제 메타버스에 노는 유행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의 10대 친구들이 모여 노는 곳이 '제페토'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같은 곳이었는데, 마침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딱 맞은 것이다. 거기다가 메타버스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유연하게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아 그거 애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정작, 그 '애들'은 메타버스가 뭔지도 잘 모르는데 말이다.

지금의 10대 친구들이 모여 노는 곳이 '제페토'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같은 곳이었는데, 마침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딱 맞은 것이다. 거기다가 메타버스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유연하게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아 그거 애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정작, 그 '애들'은 메타버스가 뭔지도 잘 모르는데 말이다.


요약하자면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교해졌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접근성도 높아졌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영역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너무도 잘 어울리고 확실한 효과를 내기에, 사람들은 그냥 메타버스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 메타버스의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갖는다. 결국,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를 새로운 미래의 모습으로 꺼내 들었고 종목 토론방은 불탄다.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