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재미 나름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요소에서 재미를 느낀다. 어떤 사람은 나무를 심고 동물을 기르는 편안함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상대를 죽이고 전리품을 획득하며 생존하는 짜릿함에 매료된다. 이때의 '편안함'과 '짜릿함'은 모두 재미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게임의 종류 역시 다양해진다. 특정한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한 재미를 겨냥해서 수많은 종류의 게임이 개발되고 서비스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다른 재미를 전자는 '마인크래프트', 후자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예시를 찾을 수 있다.

 

게임 마인크래프트(좌)와 배틀그라운드(우)
게임 마인크래프트(좌)와 배틀그라운드(우)

 

미국의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이자 XEO 디자인의 설립자인 Nicole Lazzaro는 게임 플레이어가 행동에 따라 느끼는 감성으로, 재미를 'Hard Fun', 'Easy Fun', 'Serious Fun', 'People Fun' 4가지로 정리했다. '재미있다'라는 단순한 개념을 보다 깊게 파고든 것이다.

각각의 요소에는 선행적 요인 정서와 결과적 요인 정서가 있는데, 쉽게 말해서 선행적 요인 정서는 그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이고, 결과적 요인 정서는 그 재미를 느낌으로써 생성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재미는 어떤 영역에 속할까?
이런 재미는 어떤 영역에 속할까?

사진 출처 : 원사운드 (http://oooz.net/)

Hard Fun은 장애물이나 방해요소를 피하며 점차 게임에 숙련되어 가는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할 때 느끼는 재미를 말한다. 플레이어의 도전정신과 성취감을 바탕으로 하는 재미인 셈이다.

Hard Fun의 선행적 요인 정서로는 ‘숙달’이 있다. 어려운 난이도에 적응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거나 여러 패턴을 극복하면서 욕구를 해소하고 뿌듯함을 얻게 된다. 결과적 요인 정서에는 '성취감'이 있다.

게임 '점프 킹'을 떠올리면 알기 쉽다. 점프 킹은 캐릭터 조작에 익숙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룬 모든 성과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요령만 있다면, 그만큼 쉬운 게임이 또 없다. (물론 숙달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점프 킹'은 점프만 잘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점프 킹'은 점프만 잘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Easy Fun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해나가면서 느끼는 재미를 말한다. 아직 어둠으로 둘러싸인 미니맵의 구석구석을 밝히면서 나만의 모험을 할 때 느끼는 성취감 즉, 궁금증에 대한 욕구 충족이라고 할 수 있다.

Easy Fun의 선행적 요인 정서에는 ‘창의’가 있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무심코 지차니는 사소한 것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색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결과적 요인 정서는 ‘호기심’이 있다. 

대부분의 오픈월드 게임이 Easy Fun을 포함하고 있다. GTA 시리즈, 파크라이 시리즈는 최소한의 가이드만을 제시할 뿐이다. 다른 부분은 플레이어의 자유에 맡긴다.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하든,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게임 'GTA5'의 지도. 바다를 포함하면 무려 130제곱킬로미터의 크기다.
게임 'GTA5'의 지도. 바다를 포함하면 무려 130제곱킬로미터의 크기다.

 

Serious Fun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시간의 경과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플레이어의 감정 상태를 통해 느끼는 재미를 말한다. 플레이어는 게임과 상호작용하며 몰입하게 되는데, 캐릭터의 감정의 전달을 통한 진지한 재미는 사용자로 하여금 스토리의 몰입과 더불어 집중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캐릭터의 레벨과 경험치는 플레이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반영하는 가장 눈에 쉽게 보이는 지표이며, 게임을 하며 겪는 다양한 사건들은 캐릭터와 플레이어를 동일시하게 만드는 요소다.

Serious Fun의 선행적 요인 정서에는 ‘가치’가 있다. 이는 의미 있는 행동을 통한 만족감과 흥분, 스트레스 해소 등의 감정 변화를 야기한다. 결과적 요인 정서로는 행복감이 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플레이어는 세 명의 캐릭터를 번갈아 플레이한다. 플레이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그들이 처한 현실에 몰입하고, 여러 선택지들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각각의 캐릭터에 공감하고 스스로를 투영하게된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주인공들. 모두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주인공들. 모두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포스트 'OFFON'

 

People Fun은 게임을 통해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때 생기는 재미를 말한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하다못해 싱글 게임에서도 온라인 모드를 지원하기도 한다. 제작자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만나도록 부추긴다.

People Fun의 선행적 요인 요소는 관계성이 있다. 협력, 대화, 수행, 경쟁 등은 모두 '관계성'에서 시작된다. 결과적 요인 정서로는 즐거움이 있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남을 이해하고, 남에게 이해받는다는 감정은 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자연스럽게 '재미'로 귀결된다.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잇 테이크 투 (It takes two)는 아예 로컬/온라인 2인 플레이만 가능했다. 플레이어들은 분할된 화면 속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화면을 바라보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데, 웬만큼 협동심이 좋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다.

게임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의 화면 분할 방식. 두 플레이어는 각자의 화면이 합쳐진 전체 화면을 공유한다.
게임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의 화면 분할 방식. 두 플레이어는 각자의 화면이 합쳐진 전체 화면을 공유한다.

'재미'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게이미피케이션에서 재미는 학습자(플레이어)가 느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재미없는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이 없듯이, 아무리 게임화를 적용한다고 해도 재미가 없다면 궁극적인 성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기가 어렵고, 게이미피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재미를 골고루 섞어 놔야 최대한 많은 유저를 게임 속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욕심을 내다가 게임이 완전 짬뽕이 되는 경우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