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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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메타버스가 전 산업에 걸쳐 최고의 화두였다. 하지만 지난 하반기부터 챗 GPT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AI 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다보니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정도다. 특히 챗 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의 출현은 오래 전부터 예고되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2014년에 개봉한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허(Her)>에서 대화형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다소 황당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젠 더 이상 SF 영화 속 허구가 아닌 것이 되었다.      

 

최근 들어 챗 GPT마저 잠깐 스쳐지나가는 트렌지션 기술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화형 인공지능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구글 클라우드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AI 챗봇 바드(Bard)가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우선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높아진 한국어 위상에 감격할 만하지만 숨은 속뜻은 따로 있다. 구글이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우선 개발한 이유는 두 나라 언어가 배우기 힘든 고난이도 언어에 속하기 때문이다. 고난이도 언어를 먼저 개발해 놓으면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언어를 대화형 챗봇에 탑재하는데 용이하다. 


구글 바드의 대화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한국어로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어 바드는 ‘대한민국 영토’라고 정확하게 답한 반면 일본어 바드는 ‘일본 영토’라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챗 GPT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분쟁 지역이다.”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의 AI 챗봇인 빙(Bing)은 바드보다 먼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독도 질문에 대해서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빙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이 요청은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습니다. 독도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감한 영유권 분쟁의 대상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이 요청을 거절합니다. 죄송합니다.”

 

예상대로 AI 챗봇은 문장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은 이루었으나 팩트와 진실을 선별할 능력이 부족하며 대상 언어에 따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해도 이해 당사국 간의 대답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창작물의 경우 표절의 위험성이 높고, AI 챗봇이 대학 리포트나 논문을 대신할 경우, 지금 기술로는 이를 걸러낼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네이버도 AI 챗봇 출시를 곧 앞두고 있다. 네이버는 독도 문제에 대해 당연히 대한민국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다른 질문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개발한 AI 챗봇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 날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되는 언어 가운데 한국어 비율이 0.6%밖에 되지 않아 60%를 차지하는 영어에 비해 정보 풀이 현저히 떨어져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해 줄만하다. 만약 AI 챗봇이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을 닮아 재미삼아 농지거리를 한다면 이것은 곧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너무 디스토피아적 SF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생긴 기우라고 나무랄지 모르지만 뭐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사실 AI 챗봇의 등장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미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키워드가 아닌 음성이 명령어 역할을 해온 것은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다. 음성을 통해 검색을 하고, 상담을 하고, 통화를 하고, 운전을 해왔다. 챗 GPT로 상징되는 AI 챗봇 기능은 인공지능과의 결합을 통해 대화 형태로 진화한 것일 뿐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AI 기술이다. 단 AI 챗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면서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관습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법체계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태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다

2022년 초, 나는 지자체로부터 메타버스 개발에 필요한 자문을 의뢰받았다. 지자체가 솔선수범하여 4차 산업을 선도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지자체는 자문단에게 던진 질문은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내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다’라는 기본 개념의 확립이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메타버스를 교육용 콘텐츠로 활용해 정치적 올바름(PC운동)을 실천하고자 했다. 가상의 강의실을 만들고 시민들은 각자의 아바타를 통해 출석 체크를 하고 그곳에서 취업이나 취미교육 등 사회교육의 혜택을 받길 원했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를 거치면서 대부분 교육기관에서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고 있었던 때였다. 굳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은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데서 출발한 듯 보였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는 기존 홈페이지와 웹사이트를 통해 이미 다양한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아이디를 부여받은 시민 아바타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처리하는 가상 민원실을 기대했다. 


선출직 시장이 최첨단 AI 기술에 관심이 많고 이를 시행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원했다. 즉 선거에 유리한 업적 쌓기의 일환인 셈이다. 2022년은 4차 사업에 최첨단 기술들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와 메타버스로 귀결되던 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막론하고 신규 사업계획서에 NFT와 메타버스란 단어가 빠지면 명함도 못 내밀던 시절이었다.  


메타버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싶다면 게이미피케이션은 필수다. 메타버스란 유저들에게 게임화된 온라인 놀이터 공간을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자체 사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미 20년 전 스포츠 게임업체인 EA(일렉트로닉아츠)에서 개발한 ’심시티 시리즈‘를 통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게임이다. 게이머들이 직접 도시를 창조하고 개발하는 전문가 수준의 고난이도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도시 운영을 잘못하면 도시에 거주하는 아바타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심지어 폭동을 일으켜 방화와 약탈을 일삼고 급기야 시장을 탄핵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시장 역할을 하는 관리자가 이를 현명하게 수습하지 못하면 탄핵과 동시에 게임 오버다.


심시티는 게임이지만 도시행정과 복지, 치안, 일자리 창출, 환경 문제 등 하나도 빠짐없이 잘 관리해야 마천루가 즐비하고 쾌적한 친환경 도시로 성장한다. 이 게임의 목적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유입 인구를 늘리고 세수를 통해 개발과 복지를 균형있게 운영해 메트로폴리스 도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벌어지지만 마치 실제 도시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리얼하다. 


지자체에서 메타버스를 개발한다면 공모를 통해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에 참여하게 하고, 잘 만든 가상도시는 시민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거주를 할 수 있도록 시민권을 부여한다. 가상도시에서는 아바타들이 현실에서처럼 쇼핑공간을 임대해 상거래가 가능하게 하고,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는 동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꿈꾸는 메타버스 속 이상향인 것이다. 지자체는 최우수 도시로 선정된 가상도시를 실제 행정에 적용할 수 있다. 시민들이 도시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둔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너지가 크다. 

 


사실 용어만 달라졌을 뿐이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최첨단 기술은 이미 20년 년 싸이월드를 통해 경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범 운영단계가 끝나가고 본격적으로 유료화 되어 가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를 공짜로 즐겼다면 이제부터는 대가를 지불해야 이용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챗 GPT의 유료화는 온라인 유료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콘텐츠의 유료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흥미를 유발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다.  
  

민희식저널리스트 겸 크리이에티브 워크 대표
민희식
저널리스트 겸 크리이에티브 워크 대표

 

前) 패션잡지 Marie Claire(마리 끌레르) 편집장
    남성패션잡지 Esquire(에스콰이어) 편집장
    대림미술관 사외이사

 

 

※ 위에 실린 글은 게임화저널의 의견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영국의 게이미피케이션 매체 'Ludogogy'에 영문으로 송출되었습니다(부분 편집).

원문: https://ludogogy.co.uk/the-metaverse-is-the-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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